보리성BORISUNG

사랑을 論 하느뇨...

보리성2002-03-02 20:54조회 41No. 23

사랑을 論하느뇨...

  며칠전에 손녀와 목욕탕엘 갔다. 효주는 피부가 너무 예민하다. 에미가 늘상 주의를 주기 때문에 오늘은 부드러운 가제(?) 수건을 가져가 밀어주다 가만 생각하니... 그렇지.. 농안에 비단쪽베 싸 둔 보자기에 명주 손수건이 있지!  자랄때, 나는 오빠와 단 둘뿐인 남매였는데.. 오빠는 얼굴에 딸바가지 처럼 둘러쓴 여드름 때문에 여간 고민이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 청춘의 심볼이라는 여드름을 모르고 살았다.  요즘 목욕탕에서 종종 젊은 엄마들을 보면 고 여린 어린 피부에다 그냥 어른들도 금기하는 때밀이로 밀어대는 걸 보면 나는 그냥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 주저없이 나무랜다. 뭘 그리 벗길 때가 있느냐구..  세월이 그렇게 어려웠던 시절에도 어머닌 세수비누만은 언제나 미제 비누(Dial?)를 화장품은 일제 시세이도를 마련해 두셨다. 세수할땐 언제나 고운 명주 수건에 비누 묻혀서...  내 나이 스물일곱에 어머닌 돌아가셨고, 마지막으로 내게 건네준 명주수건은 아직 새것 그대로 고이 접혀있다. 사실 부드러운 가제 수건이 내겐 더 감촉이 좋아서 사용안했지만 그래도 사십년이 넘도록 고이 보관돼 있다. 이제 효주에게나 넘겨 줄까...  삼일절 연휴로 에미가 목요일 출발 한다고 효주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요즘 철도청의 파업사정으로 기차는 어렵게 됬고 버스로 오자니 자연 늦어져 새벽에야 도착할 걸.. 애는 초저녁 부터 기다린다. 에미오면 잔다고 늦도록 잠도 안잔다.  내게 먼저 얘기하면 내가 알아서 요리할 수도 있을텐데, 애 에게 잘 한답시고? 언제나 애 한테만 얘기한다.  나나 남이나 '공 치사'하는 것 정말 금기다. 아! 세상에 공것 없다는건 삼척동자도 알 일 아닌감.  애를 내가 키운다고... 에미와 애 사이에 내가 끼어 있고 싶진 않다. 언제나 에미와 애 사이가 벌어져 있지 않게 서서히 조절해 가며 나는 그저 바라보고만 싶을 뿐인 심정을... 에미가 얼마나 헤아리고나 있을지? 허나 그것도 계산하고 싶은 마음 없다. 그저 흘러가야 하는 항로 아닌가!  우리 애들 키울 땐 간식을 모두 집에서 만들어서 먹였다. 도너츠, 파운드 케익, 야채 찐빵... 그러나 언제나 소리없이 준비해 뒀다가 짠- 하고 내 놓아야지.. 오늘은 빵 구워줄까.. 했다간 시작에서 음식되어 나오기 까지 그 재촉은 당할 재간이 없다..  요즘은 전화통만 들면, 손잡고 나서면 입맛 대로 골라~니 어찌 과자가 굽히는 동안의 시달림을 젊은 어미들이 알리? (물론 요즈음이라고 만들어 먹이지 않는 엄마 뿐이랴만.) 그러니 어른이 먼저 알아야 될 일 애가 먼저 알아 애는 안달하고 어른은 피곤하다. 크나큰 일에만 지혜가 필요한 건 아닐테다.   속담에 '도사 앞에 요령 흔든다.'란 말이 있던가.. 나도 환갑 진갑을 넘겨 살았으니 모양새로야 다 퇴색한 늙은이의 대열에서 빼어 줄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이런 꼴 자주 당한다. 바른말 하기로 치면, 지금이야 말로 생활 속에서 얻은 요령(지혜?)이 성숙되다 못해 농할 지경인데.. 그저 이제 접고 살 뿐이지..  주위에는 나이 오십도 훨씬 넘었것만, 수시로 놀라운 지혜랍시고 물고 와 내게 인지 시키려 두번세번 코앞에서 곱씹을 땐 정말 속에서 치민다.. "너는 여태 그런 요령도 없이 살림 살았나.. 어처구니 없다"...속에서 하는 소리..  쇼펜하우어'가 말했다던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시야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생각한다.'... 너무 거창한 비유인가... 그래도 늙은이니 모르겠지...하는 생각 참으로 우둔한 발상이지..  효주를 데리고 외식 나가는 날엔 내 옆구리엔 언제나 포대기가 필수품이다. 이제 무거워서 그냥 업고 올 수도 없다.  며칠전, 내 옆구리에 끼어 있는 포대기뭉칠 손으로 집적대며 "할머니 포대긴 왜 가져가요?"  "왜 겠니?"  "제가 졸리면 업고 올려고 그러죠..?"  "그래 요것아~ 말이나 못하면.."  할미 핀잔에도 아랑곳 없이 얼굴 가득 번진 행복한 웃음이  또 할미를 흐뭇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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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성의 집 · borisung.com · 2001년 원본의 메뉴·게시판·사진을 그대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