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 ‥ 무정설법
소식(蘇軾)은 당나라 사람으로 당 송 팔 대가 중 한 사람이다. 시,서,화에 두루능했던 소동파가 바로 그이다. 그가 변방 황주로 밀려나 작은 고을의 태수로 있을 때 머물던 집의 당호를 동파(東坡)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그의 호가 되었다. 그는 평생을 관직에 있었으나 정치 세계는 그에게 무상함을 안겨주었다.반면에 그가 관리로 여러 고을을 옮겨다니는 동안 많은 고승대덕을 만난 것은 그의 인격을 닦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동파 거사가 형남 땅에 부임했을 때이다. 아직 불교의 깊은 뜻을 요달 하기 전이었으므로 동파 거사는 자신의 학문적인 깊이와 문장력으로 아만에 가득차 있었다.
그는 큰스님이라 일컬어지는 선사들의 견식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옥천사에 승호(承皓)라는 큰스님이 있었다. 동파 거사가 승호 선사를 찾아갔다.
선사가 물었다.
"마주 앉은 이의 존함이 무엇입니까?"
"저는 칭(秤)가라고 합니다.
"아니 칭가라니요?"
"천하의 큰스님들을 저울질 하니 칭가라 할 밖에요."
그 말을 듣고. 선사가 벽력같은 할(喝)을 내질렀다. 동파 거사는 그만 혼비백산하여 기가 꺽이고 말았다. 거기다가 선사가 덧붙여 물었다.
"방금 내가 한 할은 몇 근이나 될 것 같소?"
동파 거사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그렇게 뽐내던 학식과 문장을 총동원 한들 선사의 질문을 가늠할 길조차 없었다. 그가 가진 것은 사소한 알음알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동파 거사는 하심(下心)하며 진리에 보다 가까워지고자 노력 하였다.
황주 땅에 또 한사람 불인 요원(不人 了元)이라는 큰스님이 있었다. 동파 거사는 불인 선사를 자주 찾아가 법담을 나무며 친교를 맺게 되었다. 하루는 동파 거사가 선사를 찾아 방장실에 들어가니 의자가 모두 치워지고 없었다. 선사가 앉는 의자만 하나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동파 거사가 자리가 없어 서 있으니 선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미안하게 되었군요. 오늘을 아무데나 앉으시지요."
동파가 장난스럽게 대꾸하였다.
"의자가 없으니 화상의 사대(四大)를 빌릴까 합니다만."
선사 또한 지지 않고 응수하였다.
"그것 참 좋으신 생각입니다만 제가 내는 문제를 알아 맞힌다면 제가 대인의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만약 알아 맞히지 못한다면 대인의 옥대를 제게 주셔야만 합니다."
"좋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부처님께서 사대가 본래 공 하다고 하였습니다. 대인이 나의 사대를 의자로 삼아 앉겠다 함은 어디에 앉고자 하시는 겁니까?"
동파는 또다시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만난 듯하였다.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 뒤, 동파가 겸허한 마음으로 말하였다.
"화상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참구할 과제를 주신 줄 알겠습니다. 그런데,앞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면 되겠습니까?"
"사량분별(思量分別)을 일체 쉬시오.그러면 그대의 마음안에 본지풍광(本地風光)이 일 것이오."
그때부터 동파는 불인 선사의 가르침을 새기며 사상(四相)을 없애는 공부에 몰두하였다.
여산의 동림으로 옮겨 가 머물 때였다. 흥룡사 상총(常聰)선사의 명망이 높은 것을 알고 선사를 찾아갔다.
"화상께서 자비를 베푸소서.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해결하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스님들을 많이 만나셨겠군요."
"수많은 큰스님들을 친견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들의 설법 또한 많이 들으셨겠군요."
" 그렇습니다. 훌륭한 설법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대인께선 유정설법(有情說法)만을 청할 뿐 무정설법(無情說法)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무정설법이란 말을 처음 듣자 동파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무정설법이란 또 무엇인가. 과연 무정물의 설법을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동파의 머리 속에 무정설법에 대한 의심이 떠나질 않았다. 관사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저 애마에 몸을 싣고 길을 맡길 뿐 이었다. 그의 애마는 어느덧 산허리를 돌아 거대한 폭포가 흘러 내리는 계곡에 이르고 있었다.
천둥같은 폭포소리가 그의 귀에도 들렸다.
그때였다. 귀를 뚫고 들어온 폭포소리가 또 한번 천둥치듯 그의 존재를 흔들었다. 그는 비로소 천지 간에 숨김없이 드러나 있는 세상의 비밀을 보게 되었다. 우주에 충만하고 만물에 내재한 무정설법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동파는 이렇게 홀연히 진리를 깨닫고 오도송을 읊조렸다.시냇물 소리가 부처님의 장광설인데
푸른 산이 어찌 청정법신이 아니겠는가?
이 밤에 여래의 팔만사천 법문을 모두 들었으니
훗날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랴. (소동파)
<개구리 ,깨구리>
스님이 기도를 마친 후 법당 밖으로 나올 때였다. 개구리 한 마리가 풀쩍 뛰며 지나 갔다. 스님이 무심코 개구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깨구리 좀 봐라!"
마침 근처에서 놀고 있던 한 아이가 듣고 말했다.
"스님 . 저건 깨구리가 아니라 개구리예요."
아이가 그렇게 말한 것은 스님의 언어 습관을 꼬집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바로 알려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그 반응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周利 우학 스님의 더욱 재미있는 금강경 산책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