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자행동녀(慈行童女)
(第十 淃頂住善知識)
그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에게 가장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광대 청정한 이해를 내어,항상 대승(大乘)을 생각하고 오로지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여 부처님 뵙기를 원하였다.법의 경계를 관찰하되 걸림이 없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나 모든 법의 실제(實際)와 상주제(常住際)와 모든 삼세(三世)의 찰나제(刹那際)와 허공과 같은 사이[際]와, 둘이 없는 사이, 모든 법의 분별이 없는 사이, 모든 이치의 걸림이 없는 사이, 모든 겁의 무너지지 않는 사이, 모든 여래의 사이 없는 사이[無際之際]를 분명히 알았다.
또 모든 부처님에게 분별하는 마음이 없고,온갖 생각의 그물을 깨트려 집착이 없고, 부처님들의 대중이 모이는 도량도 취하지 않고,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도 취하지 않고, 중생들이 모두 '나'의 실체가 없음을 알고, 모든 소리는 다 메아리와 같음을 알고, 모든 빛은 다 그림자와 같음을 알았다.
선재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분신성(師子奮迅城)에 이르러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행동녀를 찾았다. 이 동녀는 사자당왕(師子幢王)의 딸인데 5백 동녀가 시종이 되고 비로자나장(藏) 궁전에 살면서 미묘한 법을 설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선재동자는 왕궁을 찾아가 자행동녀를 만나려고 하던 참인데, 무수한 사람들이 궁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자행동녀에게 법을 들으러 간다고 하였다.
선재는 생각하기를, 이 왕궁의 문은 통제가 없으니 나도 이대로 들어가리라 하고 들어가 비로자나장 궁전을 보았다. 그 안에 있는 자행동녀는 살갗이 금빛이고 눈은 자주빛을 띠고 있고 머리카락은 검푸르렀는데, 범천의 음성으로 법을 설하고 있었다.
선재는 앞으로 나아가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할지를 알지 못합니다. 성자게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으니 말씀해 주소서."
지행동녀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내 궁전의 장엄을 보라."
선재는 예배드리고 나서 두루 살펴보았다. 벽과 기둥과 거울과 마니보배와 장엄거리와 황금 풍경마다, 온 법계의 여래께서 처음 발심하여 보살행을 닦고 큰 서원을 가득 채워 바른 깨달음을 이루던 일이며, 미묘한 법을 설하시다가 열반에 드신 그런 일들이 영상처럼 나타났다. 마치 맑은 물속에 해와 달과 별 등 온갖 형상이 비치듯 하였다. 이런 현상은 모두 자행동녀가 과거세에 심은 선근의 힘이었다.
선재동자는 방금 궁전의 장엄에서 본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생각하면서 합장하고 자행동녀를 우러러 보았다.
이때 자행동녀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것은 반야바라밀의 두루 장엄하는 문[普莊嚴門]이니 내가 항하사 부처님 처소에서 이 법을 얻었다. 저 여래들께서 각각 다른 문으로써 나에게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고 문에 들게 하였으며, 한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다른 부처님이 거듭 말씀하지 않으셨다."
선재가 물었다.
"성자시여,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의 경계는 어떻습니까?"
동녀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에 들어가 따라 나아가면서 생각하고 관찰하고 기억하고 분별할 때 보문(普門)다라니(陀羅尼)를 얻으니 백만 아승지 다라니문이 모두 앞에 나타났다.
이른바 불세계 다라니문, 불 다라니문, 법 다라니문, 중생 다라니문, 과거 다라니문, 미래 다라니문, 현재 다라니문, 상주제(常住際)다라니문, 복덕 다라니문 등 헤아릴 수 없는 다라니문이 앞에 나타났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 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해탈문을 알 뿐, 저 보살 마하살은 마음이 광대하기 허공과 같고, 법계에 들어가 복덕을 가득 채웠으며, 출세간법에 머물러 세간의 행을 멀리하였다. 또 지혜의 눈이 걸림없어 법계를 두루 관찰하며, 지혜의 마음이 광대하여 허공과 같으며, 모든 경계를 다 밝게 보며, 걸림없는 지위의 큰 광명장을 얻어 온갖 법과 뜻을 잘 분별한다. 세상의 법을 행하여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세상을 이롭게 하되 세상을 훼손하지는 않고, 모든 세상의 의지가 되어 중생의 마음을 두루 알고, 그들에게 알맞게 법을 설하고, 어느 때나 항상 자유자재하다. 내가 어떻게 이런 일들을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 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삼안(三眼)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거기 선견(善見)이라고 하는 비구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우러러보면서 하직 하고 길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