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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사자빈신(師子頻伸) 비구니
(第四至一切處廻向善知識)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그 나라에 이르러 사자빈신 비구니를 두루 찾아다녔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였다.
"그 비구니는 승광왕(勝光王)이 보시한 일광원(日光園)에서 법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곧 그 동산으로 가서 두루 살펴 보았다. 그 동산에 큰 나무가 있는데 이름이 만월(滿月)이고, 모양은 누각과 같고 큰 광명을 놓아 유순(由旬)이나 비추었다. 또 잎나무가 있는데 이름이 보복(普覆)이고 모양은 일산 같고 비유리(毘琉璃) 검푸른 광명을 놓았다. 또 꽃나무가 있는데 이름이 화장(華藏)이다. 모양이 높고 커서 설산과 같으며, 꽃비를 내려 다함 없음이 도리천의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 같았다.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가 보배나무 아래 놓인 큰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몸매가 단정하고 위의가 조용하며 여러 감관의 조순(調順)함이 큰 코끼리 같고, 마음에 때가 없음이 맑은 못과 같았다. 구하는 대로 널리 베풀어줌이 여의보와 같고, 세상 법에 물들지 않음은 연꽃과 같고, 마음에 두려움 없기는 사자왕과 같고, 청정한 계율을 호지(護持)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수미산과 같았다. 보는 이마다 마음을 시원하게 함이 미묘한 향 같고, 중생의 온갖 번뇌를 덜어줌이 설산에 있는 전단향과 같고, 보는 중생의 고통이 소멸됨은 선견약(善見藥)과 같고, 보는 이마다 헛되지 않음은 바루나천(波樓那天) 같고, 모든 선근의 싹을 길러줌은 기름진 밭과 같았다.
선재동자가 보니, 여러 길에 있는 중생들 중에서 이미 성숙한 이와 이미 조복한 이와 법의 그릇이 될만한 이들은 모두 이 동산에 들어와 있었다. 저마다 자리 아래 둘러 앉았는데 사자빈신 비구니가 그들의 욕구와 이해가 승하고 못한 차별을 따라 법을 설하여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다.
왜냐하면 이 비구니는 넓은 눈[普眼]으로 버리는 반야 바라밀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모든 불법을 말하는 반야 바라밀문과 법계 차별의 반야 바라밀문, 모든 장애의 바퀴를 무너뜨리는 반야 바라밀문, 모든 중생의 착한 마음을 내는 반야 바라밀문, 훌륭하게 장엄한 반야 바라밀문, 걸림없는 진실장(藏) 반야 바라밀문, 법계에 원만한 반야 바라밀문, 심장(心藏) 반야 바라밀문, 두루 출생시키는 반야 바라밀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열가지 반야 바라밀문을 비롯하여 수없는 백만 반야 바라밀문에 들어갔으며, 이 일광원에 있는 보살과 중생들은 다 사자빈신비구니가 처음으로 권하여 발심시켰고, 정법을 받아 지니고 생각하고 닦아서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한 이들이다.
이때 선재동자는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비구니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얻었다."
"어째서 모든 지혜를 성취한다고 합니까"
"이 지혜의 광명은 잠깐 사이에 삼세의 모든 법을 비추기 때문이다."
"성자시여, 이 지혜의 광명은 그 경지가 어떻습니까."
비구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광명문에 들어가 모든 법을 내는 삼매를 얻었고, 이 삼매로 인해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시방 일체 세계의 도솔천궁(兜率天宮)에 있는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의 처소에 나아가고, 그 낱낱 보살 앞에서 헤아릴 수 없는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한량없는 공양을 하였다. 이른바 천왕의 몸에서 인간왕의 몸에 이르기까지 꽃구름을 들고 화만 구름을 들고, 사르는 향ㆍ바르는 향ㆍ가루향ㆍ의복ㆍ영락ㆍ당번ㆍ비단ㆍ일산ㆍ보배 휘장ㆍ보배 등(燈) 같은 온갖 장엄거리로써 공양하였다.
도솔천궁의 보살 처소에서처럼, 태에 머물고 태에서 나오고, 집에서 살다가 출가하고, 도량에 나아가 정각을 이루고, 바른 법륜을 굴리고 열반에 드는데, 이러는 중간에 천궁에 있기도 하고 용궁에 있기도 하고 사람의 궁전에 있기도 하는 그 여래들의 계신 데서 이와 같이 공양하였다.
어떤 중생이나 내가 이같이 부처님께 공양한 줄 알면 모두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았고,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 반야 바라밀을 말해 주었다.
나는 모든 중생을 보아도 중생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지혜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갖 말을 들어도 말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마음에 집착이 없기 때문이며, 여래를 뵙고도 여래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신을 통달했기 때문이며, 모든 법륜을 주지(住持)하면서도 법륜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자성(自性)을 깨달았기 때문이며, 한 생각에 일체 법을 두루 알면서도 일체 법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이 허깨비 같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일체지를 성취하는 해탈을 알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 마하살들은 마음에 분별이 없어 모든 법을 두루 안다. 한 몸이 단정히 앉아서도 법계에 가득하며, 자신의 몸 속에 모든 세계를 나타내며, 잠깐동안에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며, 자신의 몸 속에서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을 나타내며, 한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과 함께 있으며, 한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많은 겁(劫)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험난(險難)이다. 그 나라에 보장엄(寶莊嚴)이란 성이 있는데 그 성중에 바수밀다(婆須蜜多)라는 여인이 살고 있다. 그대는 그를 찾아가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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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질다라수: 콩과에 딸린 식물, 꽃은 주머니 모양으로 크고 붉음. 도리천의 제석궁인 선견성의 동북쪽에 있다 함.
※전단향: 상록수로 나무에는 향기가 있음. 조각도 하고 뿌리와 함께 가루를 만들어 향으로 쓰고 향유를 만들기도 함.
※선견약: 히말라야산에서 난다는 묘약의 이름. 이것을 보거나 혹은 듣거나 냄새 맡거나 맛보거나 닿으면 청정하게 된다고 함.
※바루나천: 인도 신화에 나오는 천신, 밤의 큰 허공을 신격화 한 것.
※도솔천궁: 도솔천에 있는 궁전. 도솔천은 수미산의 꼭대기에서 1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천계로서 칠보(七寶)로 된 궁전이 있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이 살고 있다 함.
※일생보처보살: 일생만 지내면 다음 생에는 부처가 될 수 있는 보살. 보살로서의 최고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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