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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무상승(無上勝)장자
(第三等一切佛廻向善知識)
선재동자는 대자(大慈)로 두루하는 마음과 대비(大悲)로 윤택하는 마음을 일으켜 끊이지 않고 복덕과 지혜 두 가지로 장엄하였다. 모든 번뇌의 때를 버리고 법이 평등함을 증득하여 마음에 높고 낮음이 없었으며, 착하지 못한 가시를 뽑아 모든 장애를 없애고, 견고한 정진으로 담과 해자(垓字)를 삼고, 깊은 삼매로 정원을 만들었다. 지혜의 햇빛으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고, 방편의 바람으로 지혜의 꽃을 피게 하며, 걸림없는 서원이 법계에 충만하고, 마음은 항상 온갖 지혜의 성에 들어가 보살도를 구하였다.
점점 남쪽으로 나아가 그 성 안에 이르러, 무상승 장자가 성의 동쪽 대장엄당(大莊嚴幢) 무우림(無憂林) 속에 있는 것을 보았다. 무수한 상인과 거사들에 둘러싸여 인간의 여러 가지 일들을 끊어버리고 법을 설하여 그들의 교만을 뽑고 나와 내 것을 여의게 하였다. 쌓아 둔 것을 버리고 아끼고 시새우는 때를 없애며, 마음에 청정을 얻어 더러움이 없고 깨끗이 믿는 힘을 얻어 항상 부처님을 뵙고 법을 받아 지니기를 좋아하였다. 보살의 힘을 내고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보살의 삼매에 들어가 보살의 지혜를 얻으며, 보살의 정념(正念)에 머물러 보살의 즐거움을 늘게 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장자가 대중에게 설법하는 것을 보고, 엎드려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참 있다가 일어나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일심으로 보살행을 구합니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습니까. 닦고 배울 때에 어떻게 모든 중생을 항상 교화하며, 모든 부처님을 항상 친견하며, 모든 불법을 항상 들으며, 모든 불법을 항상 지니며, 모든 불법에 항상 들어갈 수 있읍니까. 또 어떻게 해야 모든 세계에 들어가 보살행을 배우며, 온갖 세월에 머물면서 보살도를 닦으며, 모든 여래의 신통력을 알며, 모든 여래의 호념(護念)을 받으며, 모든 여래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읍니까."
장자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구나.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행문인 의지함 없고 지음 없는[無依無作]신통력을 성취하였다.
무엇을 가리켜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행문이라 하는가.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계 모든 중생들, 이른바 삼십삼천(三十三天)ㆍ수야마천(須夜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선변화천(善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마(魔)의 하늘과 그 밖에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나찰ㆍ구반다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人非人)의 마을과 성중과 도시의 모든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법을 설한다.
그리하여 그릇된 법을 버리게 하고, 논쟁을 쉬게 하고, 전투를 없애게 하고, 성내는 일을 그치게 하고, 원수를 풀게 한다.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고, 옥에서 나오게 하고, 두려움을 면하게 하고, 살생을 끊게 하고, 내지 사견(邪見)과 악업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모두 금지케 한다.
모든 착한 법을 순종하여 행하게 하고, 모든 기예(技藝)를 수학하게 하고,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얻게 하고, 그들에게 여러가지 이론을 분별하여 환희심을 내고 점점 성숙하게 한다. 외도를 수순하여 뛰어난 지혜를 말하고, 모든 소견을 끊고 불법에 들어오게 하며, 색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그들에게 뛰어난 법을 말한다.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불찰미진수 세계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불법과 보살법과 성문법과 독각법을 말하며, 지옥을 말하고 지옥 중생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축생을 말하고 축생의 차별을 말하고 축생의 받는 고통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한다. 염라왕의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 세계의 고통을 말하고 염라왕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천상의 세계를 말하고 천상의 즐거움을 말하고 천상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을 말하고 인간의 고통과 즐거움을 말하고 인간으로 가는 길을 말하여,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 보이려고 한다.
또 생사의 근심을 버리게 하며, 온갖 지혜를 가진 이의 미묘한 공덕을 알게 하며, 모든 세계에서 미혹으로 인해 받는 괴로움을 알게 한다. 걸림없는 법을 보게 하며, 모든 세상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고 하며, 모든 세간의 고요한 즐거움을 나타내려 하며, 중생들이 집착한 생각을 버리게 한다. 부처의 의지함이 없는 법을 얻게 하며, 모든 번뇌의 바퀴를 아주 없애게 하며, 여래의 법륜을 굴리게 하려고 나는 중생들에게 이와 같은 법을 말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행의 청정법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력을 알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 마하살들은 모든 자재한 신통을 갖추고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다닌다. 보안(普眼)의 지위를 얻어 모든 음성과 말을 들으며,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며, 다투는 일이 없고 용맹하기 짝이 없으며, 광장설로 평등한 음성을 낸다. 몸매가 훌륭하여 보살들과 같으며, 여래와 더불어 구경(究竟)에 둘이 없고 차별이 없으며, 지혜의 몸이 광대하여 삼세(三世)에 두루 들어가며, 경계에 틈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이런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수나(輸那)라는 나라가 있고, 그 안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가릉가림(迦陵迦林)이다. 거기 사자빈신(師子頻伸)이라는 비구니가 있으니, 그대는 그를 찾아가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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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垓字): 성(城) 밖으로 둘러판 못.
※삼십삼천: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궁을 말함.
※수야마천: 육욕천의 제3천. 오욕락(五欲樂)을 받는다고 함. 하루는 인간계의 2백년에 해당하고, 2천 세를 산다고 함.
※도솔천: 수미산의 꼭대기에서 12만 유순(由旬)되는 곳에 있는 천계(天界)로서 칠보로 된 궁전이 있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함.
※선변화천: 신들이 바라는 것을 만들어 내어 스스로 즐긴다고 함.
※타화자재천: 욕계의 가장 높은 데 있는 天. 이 天은 남이 지은 즐거운 일을 자유로 자기의 쾌락으로 삼는 까닭에 이같이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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