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성BORISUNG

너라면

보리성2002-03-07 17:34조회 15No. 16
너라면 (김건웅님)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내가 너라면' 이라는 말이 있다. 너의 입장이 되었을 때 나는 너와는 달리 이렇게도 때로는 저렇게도 하겠다는 나의 의사를 표명할 때나 또는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거나 설득할 때 무심코 아무런 생각없이 얼마나 이런 말을 많이 해 왔던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말 속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고려하거나, 이해하기보다는 너 아닌 나의 논리 속에 모든 것을 짜 맞추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숨어있다.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한다면 '내가 너라면'의 속에 들어있는 '내가'라는 말을 없애고 써야 한다. '내가 너라면'에서 '내가'빠진 '너라면'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분주하면서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새해가 지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병원신세를 졌다. 그동안 바쁜 일정을 탓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단단히 마음을 먹고 병원에 입원하여 간단한 수술을 받은 후 거의 한달이 넘게 일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병원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해왔다. 퇴원 후 2주가 지나면서 아픈 고통이 점점 줄어들면서 참으로 오랫만에 갖게되는 시간의 여유로움은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돌이켜보면 적자생존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었고 남과 구별되고 남보다는 나은 그래서 경쟁에 이겨야 한다는 생활에 길들여져 있는 자신이 있었으며, 모든 삶의 중심에는 내가 항상 존재했으며 타인을 볼 때도 '내가 너라면'의 틀 속에서 내 중심적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금강경 제17분에서 부처님께서는 "만약 보살이 나 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매일 외는 금강경이지만 오늘에서야 이 말씀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너와 구별되는 나만이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흔히 잘 쓰는 말로 우리 귀에 익숙한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 산다"는 말은 "함께 산다"는 말이며, "함께 산다"함은 "너와 내가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의미이며 이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우러져 전체를 이루고 전체는 그 구성원 하나 하나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2600년 전에 연기의 진리를 깨우치셨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관계를 밝힌 진리인 것이다. 이 세상에 유형 무형으로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나와는 무관한 것이 없다는 이 진리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가 가슴깊이 명심해야 할 일일 것이다.   얼마전 스티븐 호킹박사의 "호두껍질속의 우주"라는 책 속에서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 가운데 초끈이론(Super Str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물리학 법칙 중에서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찾아가는 이론 물리학자들 사이에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론이 초끈이론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이해하는 시공간을 말하는 4차원을 넘어선 10차원 내지 11차원의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그 무엇이 다름아닌 초끈이라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이 아주 최근에 찾아낸 초끈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의 끈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무한히 광활한 우주가 인드라망의 그물과 같은 구조로 초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어부들이 사용하는 그물이 한 코만 잘못되어도 전체그물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이 내 마음속의 조그마한 변화가 내 자신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초끈으로 연결된 우주 전체에 끝없이 연기되면서 영향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내가 너라면'이 아닌 '너라면'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지다 보면 내가 없어져가는 작은 변화가 너와 나를 함께 살리는 상생의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참으로 더불어 산다는 것은 너와 내가 함께 상생할 때 가능해 질 것이다. 단번에 나를 객관화(3인칭)하는 한편 '너라면'이라고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말을 자주 하다보면 언젠가는 내 자신이 없어지고 더 나아가 사상(四相)이 없어진 보살의 삶을 우리 모두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통도사 등불지 3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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