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앨범(對 話) 보리성2002-02-05 11:49조회 26No. 6 저마다의 앨범(對 話) 제사때 향로에 꽂아놓은 향불을 보더니 대뜸 “HAPPY BIRTH DAY TO YOU” 생일축가를 부르는 아이가 있었다. 영국아이였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만을 볼 뿐이다. 나의 멧돌은 외가의 장독대 옆에 있던 멧돌이다. 그의 멧돌은 청진동 빈대떡집의 멧돌이었다. 멧돌에 관한 우리의 대화는 계속 빗나가기 일쑤였다. 나의 멧돌은 시골 외갓집 장독대옆에 있던 멧돌이다. 서울에서 자란 그의 멧돌은 청진동 빈대떡집의 멧돌이었다. 나의 그림속에서 멧돌은 분꽃과 나란히 있었지만 그의 멧돌은 어처구니없게도 아스팔트옆의 샷슈유리창안에 있었다. 멧돌이야기에서 분꽃으로 넘어가는 나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어처구니 없었을 것이다. 대화는 서로 각자의 경험을 확인합니다. 대화는 상대방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듣는 행위입니다. 내가 나의 앨범에서 사진 한장을 들어 보이면 그는 나의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앨범에서 자기의 사진을 찾아 본다. 그에게도 그런 사진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화란 각자가 각자의 경험과 생각에 돌아가 서는 것입니다.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서는 것이다. 강의처럼 한쪽이 이야기하고 다른 쪽이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가 모르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는 비로소 깨닫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앎(知)과 모름(無知)의 만남이 아니다. 앎과 앎의 만남일뿐이다. 앎과 모름은 애당초 만날 수가 없다. 나는 다만 그로하여금 앨범을 열게 할 뿐이다. 평소에는 열어 볼 겨를이 없었던 선반위의 먼지 앉은 앨범을 내려서 열게 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아름다움(可知)을 이끌어 낸다. 아름다움은 공감이고 공감의 내용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은 이해이다.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 그것은 위로이고 격려이고 약속입니다. 이해는 그것이 자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나누는 것이다. 자기로부터 시작하여 그 대상을 넓혀가는 것이다. 나와 너의 통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해는 위로이고 격려이고 약속이다. 우리는 단 한사람의 공감을 위하여 어두운 밤길을 걸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노크한다. 슬픔을 견디기 위하여 기쁨을 확인하기 위하여 찾아간다. 단 한사람의 공감은 아름다운 것이기는 하나 그러나 그것은 결코 믿음직한 것은 아니다. 단 한사람의 공감은 귀한 것이기는 하나 힘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힘있게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공감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공감과 이해와 격려는 우람한 것이다. 물방울이 바다를 만나는 것이다. 바다를 만난 물방울을 물방울이라 부르지 않는다. 바다라 부른다. 무성한 숲속의 나무가 된다. 숲이 된다. 비로소 개인의 운명은 민중의 운명으로 승화된다. 그의 정서는 예술이 되고 그의 사고는 과학이 되고 그의 죽음은 역사가 된다. -신영복님의 엣세이- 🎵 삽입 영상·음악 http://user.chollian.net/~solomun/017.asf2002년 당시 외부 서버의 미디어 플레이어로 지금은 재생되지 않습니다. ▲ 다음 글꽃소식! ▼ 이전 글봄이 오면... 목록 보리성의 집 · borisung.com · 2001년 원본의 메뉴·게시판·사진을 그대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