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을 튼 찻속은 포근하기만 하고 CD 박스에선 제목은 몰라도 나즈막히 귀에 익은 경음악이 흐르고, 달리는 차창 밖으론 비탈마다 만산황엽(?)이 된 준수한 산봉우리 마다 얕게 내려 앉은 구름들을 담뿍이고 있다. 간혹 어설피 비추는 햇살 위에 빗발도 뿌리면서....역시 아직 세상은 아름다워라...
지금 내가 앉은 이 자리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제도... 오늘은 오늘대로...
아름답다는 생각은 어쩌면 아쉬움 같기도 그리움 같기도 한 감정이다. 힘들었던 인고의 세월을 빠져 나오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철학 같은 진리에 눈뜨면서 나는 얼마나 성숙했나? 만 생각하면 오열같은 떨림으로 감사한다.
내 곁에서 누가 무슨 핑계로 세상 불평을 털어도.. 궂으면 궂은대로..아프면 아픈대로 걸림없는 마음엔 그래도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고마운 공간이다.
왜? 재연은 없을 테니까.....
지난달, 추석에 와서 한달여나 에미 애비 떨어져 있던 세 살박이 손녀를 데려다(안산)주고 돌아오는 길에 어디를 들를까? 하는 남편의 물음에 이유없이 춘천을 둘러 양평 용문사로 가자고 했다.
춘천은 사이버의 이웃 다알리아의 알게 모르게 피워내는 춘천의 향기(쉽게 말하면 비 영리성 광고다 훗훗..사진으로 아름다운 전경을 많이 읽게 되었으니..)나 맡아보고....목적은 용문사 천년세월을 뿌리의 생존을 증명하고 있는 은행나무를 만나고 싶어서 였다.
봄 되면 새싹 틔워 여름 내내 청청하고 가을되면 탄실한 열매 맺어 드리우고 찬바람일면 마른잎새 다 날려, 그러면 올해 피운 은행의 일생은 끝난 것인데...
그러나 뿌리는 살아있다!!
세세년년 은행나무의 뿌리엔 은행나무만이 싹 틔우는 뿌리! 천백년을 살았다 하나 그것은 뿌리이지 해마다 피는 은행이 작년 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인연(조건)따라 다른 모습들을 이루지 않는가...
고맙게도 우리 인간은 그래도 한평생이 꽤나 긴 것이다. 그래도 부족해서 어떻게든 오래살겠다고 안간힘들이나 자연의 순리에선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가면 또 와야함을 저렇게 오랜 세월토록 안간힘 하며 보여주려 버티고 있는 나무를 지켜보며 그것을 깨닫는 자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도 평생을 다하면 육신의 옷을 벗고 다시 그 뿌리에 육신의 옷을 입혀 돋아 남을...그래서 우리는 그 뿌리!(내 마음의 근본자리) 육신의 옷을 입힐 그 뿌리가 어딘지? 살아 생전에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똑같은 옷을 입진 못할 내 영혼의 뿌리를!
나는 나이 환갑에 컴퓨터라는 걸 알려고 들었다. 내 이 엉뚱한(?)발심에 남편은 의의없이 기기를 새것으로 사들이고 고속 통신을 깔고 조금의 기초를 위해 다니는 학원 출입도 불편없이 양해하고....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학원 조금 다닌 것으로 끝날 것이던가?
서툰솜씨로 드디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이것도 집은 집이니 관리도 해야한다.
정부 시책으로 백만주부 인터넷 알기가 시작된 이래... 그야 말로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은격이 아닌가?
발상은 청소년의 선도를 위해서라지만 오히려 참으로 좋은 방향으로 아니면 나쁜 방향으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나도 컴퓨터를 만진뒤론 TV엔 관심 껐다.(전 부터도 별로 이긴 하지만) 그러니 달랑 두 식구에서 영감과 나란히 앉을 시간도 드물어 진다. 그래도 영감이 어떤 기분이겠다는 건 환히 읽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도 내 뒷통수엔 항상 눈이 달려 있다. 마음의 눈이다.
아무리 바삐 두드리다가도 일촉즉발의 상황은 용하게 감이 온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뒷 머리에 달린 레이다로 감지하고 신속대처하려 애쓴다.
컴퓨터는 그저 내 한가로운 생활의 여가 선용이지 그 이상이 되어선 안 된다. 이건 내 각오이다.
영감에게도 이 기별이 갔는지...
할 일 없이 컴퓨터 앞에 앉은 마누라에게 거부감 없는 커피 서빙도 잘 한다.
그러니 컴퓨터에 매달린 백만주부 여러분!!
반드시 뒷통수에 눈하나 더 달라~
그러면 두루 편안할 것 아닐까....
어제 창원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첫 수확한 유자, 네 먼저 주고 싶으니 빨리 가져가서 차 만들라구, 그래서 오늘 창원으로 달린 것이다.
같이 부산 사는 두 친구 몫까지 아주 푸대로다.
친구 얼굴을 쳐다보니 입술이 부르텃다?
"너 유자 따느라고?"
주중엔 사업하고 주말엔 농장가서 수확하느라 고달파도 친구 먼저 챙기는 인심이 살아있는 세상 아니런가... 그래서도 더 아름답고도 남지 않는가!!!
벌써 이웃사는 아우네들이 유자 썰어야 되지 않느냐고 전화질이다.
내일은 김장때처럼 바닥에 자리 깔고 퍼져들 앉아 시껄벅쩍 유자 김장(?)하겠다.
왠 집안 가득 따사로운 인정의 유자차 향이 그득하리라.
이래서도 세상은 아직 살아 볼 만한 곳!?
이천년 십일월 십육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