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성BORISUNG

승려 지도(志道)는...

보리성2001-11-05 20:36조회 0No. 23

   ◇승려 지도(志道)는...  승려 지도(志道)는 광주(廣州) 남해 사람인데 대사께 여쭈었다.  "학인이 출가해서부터『열반경』을 본 지 십년 남짓 되지만 아직 큰 뜻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화상께서는 가르쳐 주십시요."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느 곳을 밝히지 못했는고?"  "〈모든 행은 항상함이 없으니   이것은 나고 사라지는 법이다.   나고 사라짐 없어져 다하면   고요하여 언제나 즐거우리.〉  이렇게 말씀한 곳이 의혹이 있습니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의혹하는가?"  지도는 답했다.  "모든 중생에게는 다 두 가지 몸이 있으니 색신과 법신입니다. 색신은 항상함이 없어서 나고 사라짐이 있지만, 법신은 항상함이 있으니 앎도 없고 느껴 깨달음도 없습니다. 경에 '나고 사라짐 없어져 다하면 고요하여 언제나 즐거우리라' 고 했는데, 어떤 몸이 고요하며 어떤 몸이 즐거움을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색신이 그렇다면 색신이 없어질 때 사대가 나뉘어 흩어지므로 온전히 괴로움일 것이니 괴롭다면 즐겁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법신이라면 고요하여 곧 풀이나 나무, 기와조각이나 돌맹이와 같을 것이니 누가 마땅히 즐거움을 받겠습니까?  또 이렇게 의혹하기도 합니다. 법성(法性)은 나고 사라짐의 바탕이요, 오온은 나고 사라지는 작용이니, 나고 사라지지 않는 한 바탕에 나고 사라지는 다섯 작용이라면 나고 사라짐이 항상함이 될 것입니다. 이 때 생겨난다는 것은 나고 사라짐이 없는 바탕을 쫓아 작용을 일으킴이요, 사라진다는 것은 작용을 거두어 나고 사라짐 없는 바탕에 돌아감이니. 만약 다시 생겨난다는 말을 들어주면 곧 뜻이 있는 뭇 삶들[有情]은 끊어지지 않고 없어지지 않음이 되는 것이요, 만약 다시 생겨난다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 다면 곧 길이 고요함에 들어가 뜻이 없는 사물[無情]과 같을 것입니다. 이렇다면 모든 법은 나고 사라짐 없는 열반에 갇히게 되어 생겨남도 오히려 얻을 수 없거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붓다의 제자인데 어찌 끊어짐[斷見]과 늘 있음[常見]이라는 외도의 삿된 견해를 익혀서 최상승법을 의논하려 하느냐. 너의 말에 의거하면 곧 색신 밖에 따로 법신이 있게 되고, 나고 사라짐을 여의고 고요함을 구하는 것이 된다. 또 열반이 항상하고 즐겁다[涅槃常樂]는 말을 미루어 어떤 몸이 있어서 받아 쓴다고 말하니, 이것은 나고 죽음을 집착하여 세간의 즐거움을 탐착함인 것이다.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붓다는 모든 어리석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헤매임을 위하시니, 모든 어리석은 사람들은 오온의 화합을 인정하여 자기 모습으로 삼고, 온갖 법을 분별하여 자기 밖에 실로 있는 객관의 모습으로 삼아, 생겨남은 좋아하고 죽음은 싫어하여 생각 생각 옮겨 흘러, 모든 법이 꿈이나 헛깨비처럼 거짓 일어난 것인 줄 알지 못하고 윤회(輪廻)를 받아서, 항상하고 즐거운 열반을 뒤집어 고통스런 모습을 삼아 날이 다하도록 밖으로 내달려 구한다.  붓다는 이것을 불쌍히 여기시므로 열반의 참된 기쁨은 찰나에도 나는 모습이 없고 찰나에도 사라지는 모습이 없어 다시 나고 사라짐 없앨 것도 없는 것이 바로 고요함이 현전함이라는 것을 보여주신다. 고요함이 현전할 때도 현전한다는 헤아림이 없으므로 이것을 '항상하고 즐겁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열반의 이 즐거움은 받는 자도 없고 받지 않는 자도 없으니, 어찌 하나의 바탕이니 다섯 가지 작용이니 하는 이름이 있을 것인가? 하나의 바탕이니 다섯 작용이니 하는 이름도 없는데, 어찌 하물며 열반이 모든 법을 가두어 길이 나지 못하게 한다 말하겠는가?  이러한 생각은 붓다를 비방하고 법을 헐어내는 일이다. 나의 게를 들으라."
위 없고 큰 열반의 참된 모습은 두렷 밝아 늘 고요히 비치는데 어리석은 이는 이를 죽었다 하고 바깥 길을 맴도는 여러 무리는 집착하여 끊어져 없음 삼으며 성문 연각 이승의 길 구하는 자들 지음 없음이라고 이름을 짓네. 이 모두 다 뜻으로 헤아림이니 예순 두 가지 사견의 근본이 되네. 색신이나 법신이나 모든 이름은 거짓 이름 허망하게 세운 것이니 참되고 실다운 뜻 어찌 되겠나. 헤아림을 벗어난 그 사람만이 존재의 참된 모습 깊이 통달해 취하거나 버림이 없게 되어서 오온법과 오온법 가운데 나와 밖으로 나타난 여러 모습과 울려나는 낱낱의 음성 모습들 모두가 평등하여 꿈결과 같고 헛깨비 같은 줄 사무쳐 알아 범부 성인 하는 견해 내지를 않고 열반이란 알음알이 짓지 않으며 두 가지 치우침과 삼제가 끊겨 언제나 모든 근을 응하여 쓰되 쓴다는 생각도 내지 않도다. 온갖 법을 잘 가리어 분별하지만 분별한다는 생각도 내지 않으니 하늘 땅이 무너지는 괴겁의 때에 겁의 불이 바다 밑까지 태우고 바람이 불어닥쳐 산끼리 쳐도 열반의 기쁨 참되고 한결 같도다. 열반의 모습은 이와 같음을 내가 이제 억지로 말을 내어서 그대가 삿된 견해 버리게 하니 말을 따라 알음알이 내지 않으면 조금쯤 알았다 허락하여라.
 지도가 게를 듣고 크게 깨쳐서 기뻐 뛰며 절을 하고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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