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려 지철은....
승려 지철은 강서사람이다. 본래 성은 장씨이고 이름은 행창인데 젊었을 때에는 건달이었다.
혜능과 신수가 남북으로 나뉘어 교화하면서부터 비록 두 종주는 너. 나가 없었지만, 그 따르는 무리들은 서로 다투어 미움과 사랑을 일으켰다.
그 때 북종의 문인들은 스스로 신수스님을 세워서 제 육조로 삼는 한편, 조사께서 법의(法衣)를 전해 받음이 천하에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행창을 시켜서 조사에게 와 칼로 찌르게 하였다.
조사께서는 타심통으로 미리 이 일을 아시고 돈 열냥을 자리 사이에 준비하고 계셨다. 밤이 깊어지자 행창이 조사의 방에 뛰어들어 조사를 해치려 하였다. 조사가 목을 펴 내미시니 행창은 칼을 휘둘러 세 차례 조사의 목을 내려 쳤지만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바른 칼은 삿되지 않고 삿된 칼은 바르지 않다. 나는 너에게 다만 돈을 빚졌을 뿐 목숨을 빚지지 않았다."
행창은 놀래 쓰러졌다가 한참만에 깨어나서 슬피 허물을 뉘우치고 출가를 원하였다. 조사는 행창에게 돈을 내어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가거라. 대중이 도리어 너를 해칠까 두렵다. 네가 뒷날 모습을 바꾸어서 올 수 있으면 내 마땅히 너를 받아들이겠다."
행창은 조사의 뜻을 받고 밤중에 달아났다.
그후 행창은 승가에 몸을 던져 출가하여 계를 받고 정진하였다.
하루는 조사의 말씀을 생각하고 멀리서 와 찾아뵈오니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생각해온 지 오래다. 왜 이다지도 늦었느냐?"
행창이 여쭈었다.
"지난 날에 화상께서 죄를 용서하여 주심으로 비록 지금 출가하여 고행한다 해도 그 은덕은 끝내 갚기 어려우니,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오직 법을 전하여 중생을 제도함 뿐인가 합니다. 제자가 일찌기『열반경』을 보았으나 아직 항상함[常]과 덧없음[無常]의 뜻을 알지 못합니다. 바라오니 화상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간략히 가르쳐 주십시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덧없음이란 곧 불성이요, 항상함이란 곧 모든 선하고악한 일체 모든 법과 분별하는 마음이다."
"화상의 말씀은 경문에 크게 어긋납니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붓다의 심인(心印)을 전했는데 어찌 붓다의 경전에 어긋날 수 있겠는가?"
"경에는 불성이 항상함이라 하였는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덧없음이라 하시며, 선하고 악한 모든 법과 나아가서는 보리심까지도 모두 덧없음인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항상함이라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경문과 서로 다르므로 배우는 이에게 의혹을 더욱 더해줍니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열반경』은 내가 지난날 무진장 비구니가 한 편을 독송하는 것을 듣고 곧 그를 위해 강설한 적이 있다. 나의 말은 한 자나 한 뜻도 경문에 맞지 않음이 없었으니, 이제 또한 너를 위함에도 끝내 두 말이 없다."
"학인은 헤아려 앎이 얕고 어두우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아느냐? 불성이 만약 항상함이라면 다시 무슨 착하고 악한 모든 법을 말할 것인가. 나아가서 겁을 다해도 한 사람도 보리심을 발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까닭에 내가 덧없음이라고 말함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참된 항상함의 도리다. 또한 일체 모든 법이 만약 그냥 덧없음일진대 사물 하나 하나가 제각기 자기 모습[自性]이 있어서 나고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니, 그렇다면 참으로 항상한 성품[眞常性]은 두루하지 않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항상함이라 말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참된 덧없음의 뜻이다.
앞에서 범부와 외도는 삿된 항상함[邪常]에 집착하고 모든 이승들은 항상함에서 도리어 덧없음을 계교하여 함께 여덟 가지 뒤바뀜[八倒]을 이루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열반요의교 가운데서 그들의 치우친 견해를 깨뜨려 참된 항상함과 참된 기쁨, 참된 나와 참된 깨끗함[眞常, 眞樂, 眞我, 眞淨]을 밝혀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말만을 의지하여 참뜻을 모르고, 끊어져 없어지는 덧없음[斷滅無常]과 확정된 죽은 영원[確定死常]으로써 부처님의 원묘하고 가장 깊은 최후의 가르침을 그릇 알아들으니, 그러고서야 비록 천 편을 독송한들 무슨 이익될 것이 있겠느냐."
이에 행창이 홀연히 크게 깨치고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덧없는 마음 지킴으로 인하여
부처님은 항상한 성품 말씀하셨다.
이것이 방편임을 모르는 이는
봄 못에서 조약돌을 주어 들고서
그것을 보석이라 여김과 같네.
나 이제 억지로 공 베풀지 않고
불성이 바로 앞에 나타났으니
이것은 스승께서 준 것 아니요
나도 또한 얻는 바 본래 없도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사무쳤으니 마땅히 지철이라 이름하라."
지철이 절하고 물러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