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성BORISUNG

`신수`가 게를 붙이다.

`보리성2001-11-04 15:41조회 1No. 3

'신수가 게를 붙이다'  내가 말했다.  '혜능이 화상께 여쭙니다.제자의 자기 마음이 늘 지혜 를 내서 자신의 참모습(自性)을 떠나지 않으면 곧 복 밭인데, 무슨 일을 하라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저 오랑캐의 근성이 너무 날카롭구나. 너는 다시 말 하지 말고 방앗간으로 가라.'  혜능이 물러나 후원에 가니 한 행자가 혜능에게 장작 패고 방아 찧는 일을 시켰다. 여덟달 남짓 지난 뒤 조사께서 하루는 혜능을 보고 말씀하셨다.  '내가 너의 견해가 쓸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몹쓸 사람 들이 너를 해칠까 싶어 다시 너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너가 아느냐?'  혜능이 말씀드렸다.  '제자도 또한 스님의 뜻을 알므로 감히 스님의 방앞에 가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이 눈치채 알지 못하게 해 왔습니다.'  조사께서 하루는 모든 문인을 불러 놓고 말씀하셨다.  '모두 오라.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겠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나고 죽음의 일이 큰 일인데, 너희들은 날이 지나도록 복밭만을 구할 뿐 나고 죽음의 고통바다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참모습(自性)에 어리석으면 복도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 너희들은 각기 가서 스스로 지혜를 보아 자기 본 마음의 반야를 가지고 각기 한 게송을 지어 나에게 가져와 보게 하라.  만약 큰 뜻을 깨달았으면 너희에게 가사와 법을 전하여 제육조를 삼겠다. 불처럼 빨리가서 머뭇거리지 말라. 헤아리면 곧 맞지 않는다. 견성한 사람[見性之人]은 말 아래 바로 보는 것이니, 만약 이와 같은 자는 칼을 휘둘러대는 싸움터에서도 또한 보는 것이다.'  대중이 처분을 받고 물러나 번갈아 서로 말했다.  '우리 여러 사람들은 구태여 마음을 밝히고 뜻을 내서 게송을 지을려고 할 것이 없다. 화상에게 바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신수상좌(神秀上座)는 지금 교수사(敎授師)이시니 반드시 이분이 법을 받을 것이다. 우리들이 속여 게송을 짓는 것은 부질없이 힘만 들이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말을 듣고 모두 게송 지으려는 마음을 쉬고 말했다.  '우리들은 나중에 신수 스님을 의지할텐데 무엇 때문 에 번거롭게 게를 짓겠는가.'  신수는 생각했다.  '여러 사람들이 게를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저들의 교수사 이기 때문이다. 내가 반드시 게를 지어 화상께 바치리라. 게를 바치지 않는다면 화상이 어떻게 내 마음의 견해가 깊고 얕음을 아시겠는가. 내가 게를 바치는 뜻은 법을 구한다면 옳은 것이려니와 조사의 자리를 찾으면 잘못된 것이다.  도리어 범부의 마음과 같으니 성인의 자리를 뺏으려 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렇지만 게를 바치지 않으면 끝내 법을 얻을 수 없으니 참으로 어렵고 어렵다.'  오조스님이 쓰시는 집앞에 세 칸의 복도가 있는데, 화공 노진을 청하여 능가경변상과 오조혈맥도(五祖血脈圖)를 그려 전해 내려가며 여러 사람에게 공양하게 하였다. 신수는 게를 지은 뒤 게를 바치려고 조사의 방앞에 자주 건너 갔으나 마음이 아득하고 온 몸에 땀이 흘러 바치지 못하고, 앞뒤로 나흘이 지나도록 열세 차례나 건너갔으나 게를 바치지 못했다.  이에 신수는 생각했다.  '게송을 바치는 것이 복도 밑에다 써 붙이는 것만 같지 못하겠다. 화상께서 지나다 보시고 홀연히 좋다 하시면 곧 내가 절을 하고 신수가 지었다 말씀드리고, 만약 감당할 수 없다 말씀하면 헛되이 산중에서 몇년을 남의 절만 받았으니 다시 무슨 도를 닦을 것인가.'  그날밤 삼경에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스스로 등을 들고 남쪽 복도벽 사이에 게를 써 자신의 보는 바를 바쳤다. 게송은 이렇다.
몸은 바로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의 대와 같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 티끌 먼지 일어나지 않도록.
신수가 게를 쓰고 나서 곧 방에 돌아오니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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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성의 집 · borisung.com · 2001년 원본의 메뉴·게시판·사진을 그대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