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성BORISUNG

혜능이 게를 읊다.

보리성2001-11-04 15:55조회 1No. 4

    혜능이 게를 읊다.  신수가 다시 생각했다.  '오조께서 내일 게를 보시고 기뻐하시면 곧 내가 법에 인연이 있음이지만, 감당할 수 없다 말씀하면 이것은 내가 어리석음이라 지난 세상 업의 장애가 무거워 법을 얻을 수 없음이니, 성인의 뜻은 헤아릴 수가 없다.'  방가운데서 이리저리 생각하며 불안하게 앉았다 누웠다 하니 어느새 오경이 되었다. 조사께서는 이미 신수가 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자신의 참성품(自性)을 보지 못한 줄 아셨다. 하늘이 밝아 올 때 조사는 노화공을 불러 남쪽 복도벽 사이에 그림을 그리도록 하셨는데, 홀연히 거기 붙은 게송을 보시고 화공에게 말씀하셨다.  '그림을 그릴 것이 없다. 수고롭게 너를 멀리서 오게 했구나. 경에 모든 모습이 다 허망하다 했으니, 이 게만 남겨 두어 사람들에게 외어 지니게 하라. 이 게를 의지해 닦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다.'  문인들에게 향을 꽂고 예경케 하시며 이 게를 다 외우면 모두 참 성품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하므로 문인들이 게를 외우며 모두 훌륭하다고 찬탄하였다. 조사께서 삼경에 신수를 불러 방에 들게 하고 물으셨다.  '게는 네가 지었느냐?'  신수는 말했다.  '실로 신수가 지은 것입니다. 감히 조사의 자리를 함부로 구함이 아니오니 화상께서는 자비로 보아 주십시요. 제자 에게 적은 지혜라도 있습니까?'  조사는 말씀하셨다.  '너가 지은 이 게는 참 성품을 아직 보지 못한 것이다.다만 문 밖에 이르렀을 뿐 문 안에 들지 못했으니, 이런 견해로 위없는 보리를 찾으면 깨쳐 얻을 수 없다. 위없는 보리는 반드시 말 아래 단박 스스로 본 마음을 알고 스스로 본래의 참성품(本性)을 보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아서 그 어느 때나 생각 생각 만 가지 존재가 막힘 없음을 스스로 보아, 하나가 참됨에 온갖 것이 참되며 만 가지 경계가 스스로 한결 같으리니(萬境如如), 경계에 물듬 없는 한결같은 마음(如如之心)이 바로 참되고 실다움인 것이다.  만약 이렇게 보면 이것이 위없는 보리의 자기모습이다. 너는 가서 하루 이틀 사유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서 나에게 가져와 보아라. 너의 게가 문에 들어온 것이면 너에게 법과 가사를 부치겠다.'  신수가 절하고 나가서는 며칠이 지나도록 게를 짓지 못하자, 마음이 아득하고 정신이 불안함이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아서 가거나 앉거나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이틀이 지나 한 어린 사미승이 방앗간을 지나면서 신수의 게송을 외었다. 혜능이 한번 듣고 본래의 참 성품(本性)을 보지 못한 줄 곧 알았다. 비록 혜능은 가르침을 입지 못했으나 큰 뜻을 일찍 알아챘으므로 어린 사미승에게 물었다.  '외우는 것이 무슨 게 입니까?'  어린 스님이 말했다.  '너 오랑캐는 모르고 있는가! 대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에게는 나고 죽음의 일이 크다. 가사와 법을 전해 부치고자 하니, 문인들로 하여금 게를 지어 보이게 해서 큰 뜻을 깨달았으면 가사와 법을 부쳐서 제육조를 삼으리라.>  이렇게 해서 신수상좌가 남쪽 복도 벽 위에 무상게(無相偈)를 써 붙여서 대사께서 사람들에게 이 게를 외우게 하시고, 이 게를 의지해 닦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혜능이 말했다.  '나도 또한 이 게송을 외워 오는 세상의 인연을 맺고 함께 부처님의 땅에 태어나고자 하오. 스님이여, 나는 방앗간에서 여덟달 남짓 있는 동안 조사가 계신 방앞에 일찌기 가보지 못했습니다. 제발 스님은 나를 게송이 붙여진 곳에 이끌어주어 게송에 절하게 해 주오.'  어린 스님이 게송 앞에 이끌어주므로 게송에 절하고 혜능이 말했다.  '혜능은 글을 모르니 제발 스님은 읽어주시오.' 그 때 강주에서 별가(別駕)벼슬을 지낸 장일용이란 사람이 큰 소리로 게송을 읽었다. 혜능이 듣고 나서는 말했다.  '나한테도 한 게송이 있으니 별가께서는 써 주십시요.'  별가는 말했다.  '이 오랑캐야, 너도 게를 짓는다 하니 이런 일은 참으로 못 보던 일이다.'  혜능이 별가를 깨우쳐 말했다.  '위없는 보리를 배우고자 하면 처음 배우는 이를 가벼이 하지 말아야 하오. 가장 낮은 사람에게도 가장 높은 지혜가 있기도 하고, 가장 높은 사람에게도 지혜가 없기도 하오. 만약 사람을 가볍게 여기면 한량없고 끝없는 죄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별거가 놀래 말했다.  '그대는 게를 외우기만 하시오. 내가 당신을 위해 써주겠소. 당신이 법을 얻으면 먼저 반드시 나를 건져주시오. 이 말을 잊지 마시오.'  혜능이 게를 읊었다.
깨달음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도 또한 대가 아니네. 본래 한 물건도 없으니 어느 곳에 티끌 먼지 일어나리오.
 이 게를 쓰고 나니 대중이 모두 놀래 뜻밖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각기 서로 말했다.  '기이하다.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취해서 안되겠구나. 어떻게 해서 오랫동안 저 육신보살을 우리가 부려먹었단 말인가.'  조사께서는 뭇 사람들이 놀라 기이해함을 보시고 사람들이 해칠까 저어하시어 신으로 게송을 지워 버리시고 말씀하셨다.  '이 게송 또한 참모습 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뭇 사람들이 듣고 의심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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