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사의 행적과 법을 얻은 내력[禪師行由得法事意]
대유령고개 위에서 혜명을 제도하다[大庾嶺上 濟度惠明]
조사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옛날 달마대사께서 처음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이 믿지 않으므로 이 옷을 전해 믿음의 바탕을 삼아 대대로 서로 이었지만,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해 모두 스스로 깨치고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다.
옛부터 부처님과 부처님이 오직 진리의 본바탕[本體]을 전하시며 스승과 스승이 머뭄없는 본마음[本心]을 비밀히 부쳤으니, 옷은 다툼의 실마리라 너에게서 그치고 다시 전하지 말라. 만약 이 옷을 전하면 목숨이 가는 실낱과 같게 된다. 너는 어서 빨리 가거라. 사람들이 너를 해칠까
두렵다.'
혜능이 여쭈었다.
'어느 곳으로 가야 합니까?'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회(懷)를 만나면 그치고, 회(會)를 만나면 숨으라.'
혜능이 삼경에 가사와 바루를 받아두고 말하였다.
'혜능은 본래 남쪽지방 사람이라 오래 이 산길을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강 어구까지 빠져나갈 수 있습니까?'
오조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를 바래다 주겠다.'
조사께서 바래 주시어 구강역(九江驛)가에 곧 이르니 배 한척이 있었다. 조사께서 혜능더러 배에 오르게 하시고
노를 잡고 몸소 저으셨다.
 혜능이 말했다.
'화상께서는 앉으십시오. 제자가 노를 젓겠습니다.'
오조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건네주리라.'
혜능이 말했다.
'어리석을 때는 스승이 건네주지만 깨달았을 때는 스스로 건넙니다. 건넘이란 말은 비록 하나나 쓰이는 곳이 같지 않습니다. 혜능은 변방에 태어나서 말이 바르지 못했으나,스님께서 법을 부치시어 깨닫도록 해주셨으므로 이제 제
힘으로 스스로 건너겠습니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이 다음 불법이 너로 말미암아 크게 행할 것이다. 네가 간 지 삼년 뒤에 나는 세상을 떠나리라.
너는 이제 잘 가라. 힘써 남쪽으로 향하되 너무 빨리 말하려 하지 말라. 불법에 어려움[法難]이 일어날 것이다.'
혜능이 조사를 하직하고 발을 남으로 돌려 걸어가서 두 달 보름만에 대유령에 이르렀다. 수백명이 혜능의 뒤를 쫓아와 가사와 바루를 뺏으려 하였다. 한 스님이 속성은 진(陳)이고 이름은 혜명(惠明)인데 출가 전에 사품장군이었다. 성격이 거칠지만 진실한 사람인데 뜻을 지극히 해서 가사와 바루를 찾으니 다른 대중보다 먼저 혜능에게 왔다.
혜능이 가사와 바루를 돌 위에 던지며 말했다.
'이 옷은 믿음을 나타내는데 힘으로 다투겠는가?'
혜능이 풀숲 속에 숨으니 혜명이 이르러 가사와 바루를 주워 가져가려 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혜명이 외쳤다.
'행자여 행자여, 나는 법을 위해 왔지 옷을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혜능이 나와서 반반한 돌 위에 앉으니 혜명이 절하고 말했다.
'행자는 저를 위해 법을 설해 주십시요.'
혜능이 말했다.
'그대가 이미 법을 위해 왔다면 모든 일거리를 다 쉬어버리고 한 생각도 내지 마시오. 내가 그대를 위해 말하겠소.'
잠자코 있다[良久}혜명에게 말했다.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마시오. 바로 이러한 때에 어떤 것이 혜명 상좌의 본래 얼굴이오?'
혜명이 말 아래 크게 깨치고[言下大悟]다시 물었다.
'위의 비밀한 말과 비밀한 뜻 밖에 도리어 다시 비밀한 뜻이 있습니까?'
혜능이 말했다.
'그대에게 말해준 것은 곧 비밀한 것이 아니오. 그대가 만약 돌이켜 비춘다면 비밀함은 그대 편에 있소.'
혜명이 말했다.
'헤명이 비록 황매에 있으나 자기의 참 얼굴은 깨우치지 못했습니다. 이제 바른 지시를 받으니 물을 마심에 차고 더움을 스스로 앎과 같습니다.이제 행자께서는 곧 혜명의 스승이십니다.'
혜능이 말했다.
'그대가 만약 이와 같다면 나는 그대와 함께 황매의 조사를 같이 스승으로 하겠소. 스스로 잘 보살펴 지니시오.'
이에 혜명이 또 물었다.
'이 뒤로 어느 곳으로 가야 할까요?'
혜능이 말했다.
'원(袁)을 만나면 곧 그치고, 몽(蒙)을 만나면 거기 서시오.'
혜명이 절하고 떠났다.
* 해설 *
홍인선사가 깊은 밤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서 혜능에게 법을 전하고 가사와 바루를 전했다 함은, 사실 불교가 제시하는 올바른 전법의 입장이라기보다는 진리에 대한 우파니샤드(Upanisad)나 도가(道家)의 밀전법(密傳法)이다.
가사와 바루는 선종에서 불심인을 나타내는 물질적인 징표이다. 홍인조사가 가사와 바루를 노행자에게 부촉하였다는『단경』의 기록은『역대법보기』의 기록과 대조해 보더라도 사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행자인 혜능만을 육대로 삼았다는 기록은『능가사자기』나『전법보기』등 다른 문파의 기록을 보면, 많은 부분이 동산법문 가운데 배출된 여러 선사들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사상논쟁의 결과, 혜능선의 법통이 확정된 후대의 견해가『단경』편집에 많은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곧 하택신회가 '활대의 대운사에서 혜능선사를 육조로 현창할 때만해도, 아직 혜능의 이름으로 선종(禪宗)의 독점적 지위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고, 다만 보리달마의 남종이라는 이름으로 신수선사의 북종에 대해 동산법문의 정통을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이화(李華)가 쓴 천태종 좌계현랑선사(左溪玄郞禪師)의 비문은 달마남종의 육대전의설(六代傳依說)도 다양한 선문파가 내세운 법통설 가운데 한 주장임을 보여준다. 이화의 비문은 선종의 법통에 관해 인도에서 29대인 보리달마가 능가법을 전해 동경(東京) 성선사(聖善寺) 굉정선사(宏正禪師)에 이르는 북종(北宗), 달마에서 육대인 대통신수(大通神秀), 대지(大智)로 이어지는 북종의 다른 한 흐름을 먼저 말하고, 달마에서 승찬, 도신, 홍인, 혜능으로 이어지는 남종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조 도신에서 우두법융으로 이어지는 우두종(牛頭宗), 혜문, 혜사, 천태, 관정, 지위, 혜위, 현랑으로 이어지는 천태종(天台宗)의 법계를 말한다.
신수 계통에서 편집한『능가사자기』는 육조로 대통신수, 칠조로 보적(普寂)을 말하고, 천태종에서도 천태 밑의 육조를 놓고 좌계현랑선사 문하의 형계담연과 형주 옥천사 도소(道素), 홍경(弘景) 계열의 혜진(惠眞)이 상호대립하는 기록이 나온다.
일본 비예산 천태의 개조인 최징선사(最澄禪師)는 지관업(止觀業:天台禪), 자나업(遮那業:密宗), 원돈계(圓頓戒:天台律), 달마선(達摩禪)의 사종상승(四種相承)을 표방하는데, 최징의 달마선 상승은 천태산에서 유연으로부터 우두선을 받고 행표(行表)로부터 북종선을 배움으로써 이루어진다.
최징은 밀법(密法)을 월주 용흥사(龍興寺)의 순효(順曉)에게서 상승하는데, 순효는 신라 의림(義林)의 제자이고 의림은 선무외와 일행(一行)계열의 밀교수행자였다. 그리고 천태삼관의 뜻에 의해『대일경소(大日經疎)』를 쓴 일행(一行)은 형주 옥천사 홍경(弘景)에게서 출가하고, 혜진(惠眞)에게서 율과 천태를 수업하는데, 홍경 혜진은 옥천사 천태선의 계보에 속하는 수행자들이었고, 또 일행은 선을 보적에게서 배우는데 보적은 바로 북종 신수의 제자이며, 신수선사와 함께 천태선의 근본도량 당양 옥천사에서 오래도록 주석하였다. 이렇게 보면 당양 옥천사는 도소, 홍경, 혜진, 일행으로 이어지는 천태선의 근본도량이자 신수, 보적이 수행했던 곳이니, 당시 선문은 천태선과 달마선, 우두(牛頭)와 동산(東山), 남종(南宗)과 북종(北宗)이 서로 자기 선문의 가풍을 지키며 정통성을 다투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상의 기류 속에서 하택신회가 육대전의설을 통해 혜능을 육조로 현창하는 운동은 다만 동산문(東山門)에서 북종에 대해 남종의 법통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선(禪)을 하나의 종파로 분립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달마,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으로 가사와 바루, 돈교법이 전해졌음을 말하는『현종기(顯宗記)』의 서술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세존이 입멸하신 뒤 서천 28조가 함께 머뭄없는 마음을 전하고, 같이 여래의 지견을 설하여 달마에 이르니, 중국에 이르러 다시 초조가 되시어 대를 바꾸어 서로 전해 지금껏 끊어지지 않는다. 전한 바 비밀한 가르침은 요점이 사람을 얻음에 있지만, 마치 왕의 상투 속 구슬과 같아서 끝내 망녕되이 주지 않으니, 복덕과 지혜 두 가지를 장엄하고 행과 해가 서로 응해야 바야흐로 능히 법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옷은 법의 믿음이 되고, 법은 옷의 종지가 되어 오직 옷과 법을 서로 전하는 것만을 가르키고 다시 다른 법이 없었다. 안으로 심인을 전하여 도장 찍듯 본마음에 계합하고, 밖으로 가사를 전해 종지를 나타내려 하니, 옷이 아니면 법을 전하지 못하고 법이 아니면 옷을 받지 못한다. 옷은 법의 믿음을 보이는 옷이요, 법은 남이 없는 법이다. 남이 없음은 곧 허망함이 없음이니, 바로 공적한 마음이다. 공적한 줄 알면 법신을 요달함이요, 법신을 요달하면 참된 해탈이다.
하택신회선사는 이처럼『현종기』에서 달마에서 혜능까지 육대에 가사와 바루가 전해지고 그 옷은 바로 법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에서도 혜능선사가 받은 가사를 측천무후가 궁중에서 공양한 뒤 나중 덕순사의 지선선사(智詵 :弘忍의 제자)에게 드리고, 지선은 처적(處寂)에게 처적은 신라 김화상 곧 정중사(淨衆寺) 무상선사(無相禪師)에게 전수했다고 하고 있으니, 혜능선사에게 홍인의 가사가 전해짐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분면한 것 같다.
『단경』의 표현대로 노행자는 스승으로부터 가사와 바루, 전법게를 받고 황매산을 떠나 구강역에서 강을 건너 남으로 걸어가 대유령(大臾嶺)에 이른다. 가사와 바루를 뺏기 위해 뒤쫓아온 혜명(惠明)은 힘센 장군 출신이었으나, 노행자가 바위 위에 내려 놓은 가사를 들어올리지 못한다. 이에 놀란 혜명은 쫓아 달려온 것이 법을 위함이고, 옷을 위함이 아님을 말씀드린다.
『단경』은 장군 출신인 혜명이 노행자가 바위 위에 내려놓은 가벼운 가사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고 했으니, 장군의 강한 힘은 어디로 갔으며 가사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힘은 어디서 왔는가. 움직임 없는 가사는 나고 사라지며 가고 오는 변화의 현실 속에 실로 나고 사라짐 없는 삶의 실상을 나타냄인가. 내려놓은 가사를 힘센 장군이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이 표현은 노행자가 가사를 바위에 놓았지만 실로 내려 놓은 곳[放下處]이 없기에 들어 올릴 곳[擧起處]도 얻을 수 없음을 보이기 위함이 아닌가.
육왕담(育王담]선사는 노행자가 가사와 바루를 던지니 산처럼 움직임 없음[如山不動]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옷과 바루 노행자가 던져 놓았는데
혜명은 전혀 올려 들지 못하네.
구름은 고개머리 한가롭고
개울바닥 흐르는 물 아주 바쁘네.
물과 달 함께 서로 어우러지니
옳고 그름 어찌 그만 마쳐 다하리.
구름은 흩어지고 물 흘러감에
그대도 옳고 나도 또한 옳으리.
<『선문염송』117칙>
바위 위에 던져놓은 가사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가사와 바루를 뺏으러 온 자신의 뜻을 혜명이 참회하니, 노행자는 풀숲에서 나와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마시오. 바로 이러한 때에 어떤 것이 혜명상좌의 본래 얼굴이오?'라고 묻는다.
이는 바로 '어떤 것이 본래 면목인가(如何是本來面目)'라는 화두로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굴레에 갇힌 우리 모두에게 제시된다.
그렇다면 선도 생각지 않게 하고 악도 생각지 않게 하며, 무엇이 자신의 본래 면목인가를 스스로 묻게 하는 혜능의 물음은 선과 악 너머에 있는 절대적인 성품을 찾으라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고요함 속에 안주하라는 이야기인가.
선과 악이 인연으로 이루어진 일시적인 성취이며 서로 마주하여 세워지므로 공한 것이라면, 선악이 아닌 제 3의 영역도 얻을 것이 없다.그러므로 늘 본래 면목을 묻고 사는 자는 선악의 대립에 갇히지 않되 선악의 피안으로 도피하지도 않는 자일 것이니, 죽암규선사(竹庵珪禪師)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시비의 바다 속에 몸을 뉘어 들어가고
호랑이 떼 가운데 자재하게 다니네.
시비를 굳게 잡아 나를 판단하지 마라
평생 뜷어온 일과 전혀 서로 관계 없네.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은 우리들 살아가는 자들이 처한 벗어날 길 없는 한계상황이다. 늘 근원적 주체[本來面目]를 묻고 사는 일이란, 시비 밖을 향해 시비 없음을 물어 찾는 일이 아니라, 시비 안에서 시비를 모두 막고 모두 살려내는 일이니, 참으로 화두(話頭)하는 자는 삼계에서 삼계를 벗어나 삼계를 정토로 바꾸는 자인 것이다.
불안원선사(佛眼遠禪師)는 혜능선사의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말라는 위 공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중은이 이야기를 알겠는가.
선도 생각지 않고 악도 생각지 않는
바로 이와 같은 때를 당하여
오랜 겁에 일찌기 미혹치 않았네.
걸음 걸음 삼계를 뛰어넘으니
집에 돌아가 단박 의심을 끊네.
<『선문염송』118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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