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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제육대조로 삼으니....'
다음날에 조사께서 가만히 방앗간에 이르러 혜능이 돌을 짊어지고 방아 찧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도를 구하는 사람이 법을 위해 몸을 잊어버림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하리.'
그리고는 곧 물으셨다.
'쌀은 잘 여물어 익었느냐?'
혜능이 말했다.
'쌀이 익은 지 오래지만 아직 체질을 못하고 있습니다.'
조사께서 지팡이로 방아를 세 번 내리치시고는 가셨다. 혜능이 곧 조사의 뜻을 알고 삼경에 조사의 방에 드니,조사께서 가사로 둘레를 가려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금강경』을 설해 주셨다.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데 이르러 말 아래[言下]온갖 모든 법[一切萬法]이 자신의 참성품
떠나지 않음을 크게 깨쳤다.
드디어 오조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찌 자신의 참성품이 본래 스스로 깨끗함을 기약하며, 어찌 자신의 참성품이 본래 나지 않고 사라지지 않음을
기약하며, 어찌 자신의 참성품이 본래 스스로 갖춤을 기약하며, 어찌 자신의 참성품이 본래 흔들려 움직임 없음을 기약하며, 어찌 자신의 참성품이 능히 만 가지 법 냄을 기약하겠습니까?'
조사께서 내가 본래의 참성품 깨친 줄 아시고 그 자리가 바로 대장부(大丈夫)며 하늘과 사람의 스승[天人師]이
며 붓다[佛]라고 이름하셨다. 삼경에 법을 받으니 사람들이 다 알지 못했다. 곧 돈교(頓敎)와 가사와 바루를 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를 제육대조로 삼으니 스스로 잘 보살펴 생각하여 널리 뭇 삶들을 건지고 미래에까지 흘러 넓혀서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나의 게를 들으라.'
뜻 있는 이가 와 씨앗을 내리니
땅을 인해 열매가 도리어 나네.
뜻이 없으면 이미 씨앗이 없으니
성품도 없고 또한 생겨남도 없다.
조사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옛날 달마대사께서 처음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이 믿지 않으므로 이 옷을 전해 믿음의 바탕을 삼아 대대로 서로
이었지만,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해 모두 스스로 깨치고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다.
옛부터 부처님과 부처님이 오직 진리의 본바탕[本體]을 전하시며 스승과 스승이 머뭄없는 본마음[本心]을 비밀히 부쳤으니, 옷은 다툼의 실마리라 너에게서 그치고 다시 전하지 말라. 만약 이 옷을 전하면 목숨이 가는 실낱과 같게 된다. 너는 어서 빨리 가거라. 사람들이 너를 해칠까
두렵다.'
혜능이 여쭈었다.
'어느 곳으로 가야 합니까?'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회(懷)를 만나면 그치고, 회(會)를 만나면 숨으라.'
혜능이 삼경에 가사와 바루를 받아두고 말하였다.
'혜능은 본래 남쪽지방 사람이라 오래 이 산길을 알지 못
합니다. 어떻게 강 어구까지 빠져나갈 수 있습니까?'
오조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를 바래다 주겠다.'
조사께서 바래 주시어 구강역(九江驛)가에 곧 이르니 배 한척이 있었다. 조사께서 혜능더러 배에 오르게 하시고
노를 잡고 몸소 저으셨다. 혜능이 말했다.
'화상께서는 앉으십시오. 제자가 노를 젓겠습니다.'
오조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건네주리라.'
혜능이 말했다.
'어리석을 때는 스승이 건네주지만 깨달았을 때는 스스로 건넙니다. 건넘이란 말은 비록 하나나 쓰이는 곳이 같지 않습니다. 혜능은 변방에 태어나서 말이 바르지 못했으나,스님께서 법을 부치시어 깨닫도록 해주셨으므로 이제 제
힘으로 스스로 건너겠습니다.'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이 다음 불법이 너로 말미암아 크게 행할 것이다. 네가 간 지 삼년 뒤에 나는 세상을 떠나리라.
너는 이제 잘 가라. 힘써 남쪽으로 향하되 너무 빨리 말하려 하지 말라. 불법에 어려움[法難]이 일어날 것이다.'
혜능이 조사를 하직하고 발을 남으로 돌려 걸어가서 두 달 보름만에 대유령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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